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중반으로 신앙생활을 한지는 얼마되지 않습니다.
아내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 신앙을 접하게 되었고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되
었습니다. 회사원으로서 생활에 만족하고 슬하에 남매를 두었습니다.
저는 아내와 두아이를 사랑하며 별 불만 없는 생활을 하면서도 저의 내면
에는 제가 남과 다르고 잘 적응하지 못하며 불안한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밤에 잠을 자다가 벌덕 일어나 옆에서 자는 아내를 볼
때 '이 여자가 정말 나를 사랑하는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말도 되지 않는 생각인 줄 알지만 이런 것을 버릴 수 없는 저의 고통은 매우
심각합니다.
혼자서 책도 읽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봅니다만 제 어릴때의 상처가
오늘의 저를 누르고 있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저는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술을 좋아했고(지금 생각해 보면 알
코올 중독인지도 모릅니다) 술에 취하면 집안 살림을 부수고 어머니를 때렸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행패를 견디다 못해 저와 여동생을 버려 두고 가출했고, 저
희 남매는 새어머니 아래서 자랐습니다. 저희 남매는 서로 의지하며 수 없는 날
을 울면서 '공부해야 산다'는 일념으로 살아왔습니다.
지금은 제법 안정된 생활의 터전을 잡았고, 여동생의 친구인 아내도 열심으로
살아가고 있어 남들이 볼 때에는 부러울 것이 없는 가정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채워지지 않는 내면의 아픔은 오늘의 저를 괴롭히고, 아내를 의심하기까지 합니다.
과거의 상처에서 치료받는 길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에서 S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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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사연에 대해 무엇이라고 위로를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S씨와 같이 역기능 가정에서 자라난 성인아이가 자신의 아픔을 지닌
채 어른이 되어 악순환을 반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릴 때의 불행한
성장과정에서 얻은 정서적 상처 때문에 고통 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족상담을 전공하는 학자들은 역기능 가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가정에 숩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알코올 중독자나 가정을 돌보지 않고 돈버
는 일이나 직장 일에만 열중하는 일 중독자, 충동적으로 놀음을 하지 않으
면 견디지 못하는 도박꾼, 외도를 해 다른 살림을 차리고 자식들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 이혼했거나 재혼한 가정에서의 편모 또는 계부와 계모,
엄격하고 울법주의적인 신앙생활을 고수했던 부모, 중풍이나 뇌성마비와
같은 중병을 앓는 환자, 의처증이나 의부증 증세를 나타내는 부모를 둔 가
정, 아니면 기본적으로 식생활 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한 가정을 통틀어
'역기능 가정'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역기능 가정에서 자란 모든 사람들을 '성인아이'라고 부릅니다. 이
렇게 말하고 보니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이러한 범주에 속한 것으로 여겨집
니다만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며 치유하는가 라는 점에 있습니다.
지난날의 상처로 인하여 자신이 고통을 받고 또 가족들에게 고통의 씨앗을
뿌려 주는 악순환을 막기 위하여 우리를 온전케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의지
해야 합니다.
S씨는 자신이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고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열망이 있
기에 큰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럼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 하겠습니다.
첫째, 고백하여야 합니다. 환자가 의사에게 가서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해야
하듯이 자신의 아픔을 고백해야 합니다. 고백의 대상은 하나님과 S씨의 부인
입니다. 어쩌면 S씨의 부인은 S씨의 고통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플 때는 아프다고 해야 하고 배가 고플 때는 배고프다고 하는 것이 정상적입
니다. 말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이 됩니다. 조용한 시간,
부부가 기도한 후에 S씨가 당하는 마음의 고통을 하나님과 부인 앞에 고백하십시오.
둘째, 용서해야 합니다.S씨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으나 S씨의 마믐에는 알
코올 중독자로 어머니를 폭행했던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고, 더 나아가 어린
남매를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이 있기에 옆
에서 자는 아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까, S씨를 버리고 떠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S씨에게 하나의 먹구름으로 고통을 안겨다 주는 아픔인 부모님을
용서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기 위해서 십자가의 고통을 당하
셨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용서함을 받았고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용서란 하나님의 은혜요 축복입니다. 이 용서가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할
지 모르지만 어릴 때의 아픔을 준 부모님을 용서해야 합니다. 또한 어린 남매를 두고
떠난 어머니의 입장에서 그분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시기 바랍니다. 필요하면 남매끼리
만나서 옛날 외롭고 고통스러웠던 이야기를 나누고, "이제 이 올무에서 벗어나자"고 다짐
하는 것도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섬기기 바랍니다. 성인아이들은 섬기기 보다 섬김을 받기를 좋아합니다. S씨는
이제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고 부인과 자녀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 또 자신의 가정에만 집착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랑을 나누는 보다 적극적인 생활 자세를 가졌으면 합니다.
섬김의 삶이란 자신을 새롭게 하고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 세상에는 사랑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S씨처럼 역
기능 가정에서 자란 성인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누가 이들을 바로 이끌어 가고 위로의 손길
을 펼 수 있습니까? 동병상련'이란 말이 있듯이 아픔을 함께 나누는 사랑의 실천을 S씨가 하
였으면 합니다.
S씨를 위해서 책 몇 권을 소개하겠습니다. 가능하면 순서대로 정독하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최현주, <위장된 분노의 치유> 규장 1995
2)찰스 셀<아직도 아물지 않은 마음의 상처> 정동섭 최민희 옮김 도서출판 두란노 1992
3)안토니 후크마<성경이 가르치는 자아형상> 정정숙 옮김 도서출판 베다니 1998
주안에서 승리하시기 바랍니다
(정정숙교수님 상담사례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