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이제 막 마흔살이 되었고 작으마한 회사의 과장직을 맡고 있으며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둘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40이 되고 보니 제 자신을 되돌아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흔히 '40이면 불혹'이라고 하지만 제 자신의 입장에서 볼
때 너무나 허점 투성이입니다.
회사에서의 직무를 바로 감당하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하지만 젊고 패기만만한
후배들의 끝없는 도전이 있어서 제 자신의 위치가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또 위로는
선배들이 자리하고 있어서 언제 제 길이 열릴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자리에
처해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집사로서 고등부 교사, 성가대원 등을 맡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
으나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감사하면서도 어떤 일이나 조직에 깊이 참여하지
못하는 이기심 같은 것이 있습니다.
'중년기 위기'라는 말도 있고 해서 제가 처한 현실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신앙인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의미있는 삶을 살아
가고 싶은데, 바른 가르침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변:
40이 된다는 것은 세월이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참 모습을 되돌아 보게
하는 귀한 시기가 되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집사님이 안고 있는 문제는 이른바 '중
년기의 정체성'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것은 중년기를 맞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겪
는 문제이며 그것을 바로 이해하므로 우리의 삶을 보다 의미깊게 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 중년기로 보느냐는 학자들에 따라 의견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35~65세
를 중년기로 봅니다. 이 시기에는 과거의 삶을 새롭게 평가하고 남은 삶을 다시 조망
하게 됩니다. 또한 죽음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고 죽음에 대한 준비를 어느 정도 하
게 됩니다. 중년기의 정체성을 몇 가지 측면에서 고찰하고자 합니다.
첫째, 심리적 특성 문제입니다. 중년기는 성취의 시기이기에 인생의 의미가 목적이
나 꿈을 이룩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꿈을 이루지 못한 것 때문에 실
망과 좌절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 꿈이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안 후에
는 만성적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은 새로운 꿈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두려움과 불안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40대의 중년기가 되면 성장과 발달이 끝나고 늙어가는 기간입니다.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자녀들로 인해서 더욱 실감하게 되고, 자녀들이나 젊은 세대들과의 세대차를
절감하게 됩니다.
여기서 '40대의 위기'가 옵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바른 인식과 여기서 오는 갈등은
하나의 '위기'로서 중년기를 맞은 사람들을 강타합니다.
둘째, 심리적 위기입니다. 중년기의 위기에 대해서 심리학자 에릭슨은 생산성이 아
니면 침체성이나 자기탐익을 경험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40대 가운데는 자녀 교육,
직장의 일, 교회 일, 가정 돌보기, 절약과 저축등의 생산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이와 반대로 권력추구, 우울증, 이성관계, 심인성 질병, 알콜중독이나 약물복용
등으로 퇴락한 삶을 살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40대는 자아성숙의 가능성과 자아퇴보의 가능성이 함께 열려져 있는 시기입니다. 그러
니 창조냐 위기냐 라는 양극단적 상황이 아울러 전개되는 시기입니다. 자아, 가정, 사
회, 세계적 현실의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이 아울러 전개되는 시기이기에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라는 중요한 문제가 제기됩니다.
셋째, 창조적 삶의 실천입니다. 위기란 중년기에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의 모든
시기마다 위기가 있지만 중년기에 이 문제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기에 우리들은 여기
에 관심을 가집니다. 우리는 중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합니까? 여기에 대해서 여러
가지 각도로 이야기 할 수 있겠으나 중년기의 위기를 새로운 정신적 힘의 원동력이 되고
새로운 창조적 삶을 전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집사님이 당면한 이 시기는 하나님이 주신 지혜를 선용하는 시기이며, 축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양의 예술가들을 연구한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잭스(Jacgues)는
35세경부터 새로운 창조성이 분출된다는 사실을 보고하였습니다. 베토벤, 괴테, 입센, 볼
테르, 모짜르트, 라파엘, 쇼팽 등은 모두 35세 이후에 갑자기 높은 창작활동을 보였다고
잭스는 기록하였습니다.
그러니 40대는 위기의 시기가 아니라 창조적 삶의 기회가 되도록 바른 자세로 나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집사님의 경우, 교회에서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앞으로의 모든 계획들이 창조적 삶의 기반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40대는 중요한 시대적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회의 허부 부분이 되어 사회
의 중심 세력이 되어야 하고, 나아가서 윗 세대와 아랫 세대 사이의 조종 역할을 감당
해야 합니다. 특히 크리스챤들은 보다 중요한 삶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안에서의
역할과 교회 밖에서의 역할이 조화를 이룸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실천하는 실천자의
삶을 영위해야 합니다.
집사님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을 하나님이 주신 '창조의 기회'로 선용하는 지혜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은 시간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귀한
기회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정정숙교수 상담사례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