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이야기 혁명시대'라고 불릴 만큼 모든 분야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스토리텔링은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
생한 이야기로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문학용어에서 비롯된 스토리
텔링은 이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감성을 자극하는 정치 연설에서부터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상품광고도 평범한 사람이 상
품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밀한 방식으로 변화했다. 일본에서는 지역 노인
들이 민속 얘기를 들려주는 관광상품도 있다고 한다.
'해리포터'의 엄청난 저작권료와 출판 수익은 이야기산업의 팽창 가능성을 보여
준다. 세계 각국에서 이야기 원료를 값싸게 사들여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는
디즈니의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몇 년 전 국내 한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학생
들은 역사책에 나오는 성덕 대왕 신종보다 기구한 사연이 전해져 내려오는 에밀레
종을 훨씬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종은 물론 같은 종인데, 알려진 경로와
방식만 다르다. 아야기 유전자의 위력이 아닐수 없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해 달라거나 동화책을 읽어 달라며 부모에게 떼를 쓰고 매달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럴 경우 피곤에 지친 아버지들은 어릴적 들었던 기억을 되살려
전래동화 등을 자기 나름대로 각색해서 떠듬거리며 들려주기도 한다. 얘길 재미있게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매우 좋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건 아마도 아이들의 심성속에 이야기를 좋아하는 유전자가 간직돼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은 올해 전국 유아교육기관에 '이야기 할머니' 917명을
파견해 이야기 교육을 실시한다. 내년 인원 모집에도 할머니들이 몰려 4.4대 1의 경쟁
률을 보였다. 스토리텔링의 전성시대를 맞아 할머니들이 '옛날 이야기'로 인성 교육의 꽃
을 피우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다.
부산일보/ 백태현 논설위원/ 2013.3.22
* 내생각
반가운 소식이다. 스토리텔링에 노인 인적자원을 활용 한다는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내 어릴적 이웃집 할아버지 집에 매일 출근했던 기억이 있다.
오후에 언니 오빠들이 학교에 갔다오면 할아버지네 집으로 모여들었다
방안 가득 동네 꼬마 아이들을 모아놓고 할아버지는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해 주셨다. 우리는 할아버지 이야기에 넋을 놓고 빠져 들곤 했었다. 할머
니는 가끔씩 우리가 이쁘다며 삶은 고구마를 내어 주시기도 해서 행복해
하기도 했다. 이런 분들의 헌신으로 TV도 라디오도 흔치 않던 우리의 어릴
적 삶은 풍요로웠다.
할아버지! 할머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