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친밀하게 지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질문
저는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집에서는 장남이고 아래로 여동생이 둘 있습니다.
몇 해전 어머니께서 병으로 세상을 뜨시고 그 후 아버지가 재혼하여 새어머니가 들어
왔습니다. 우리 가족은 외형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새어머니도 신앙적으로 사시고
우리들을 깊이 사랑해 주십니다. 그러나 문제는 가족 사이의 친밀감이 없어지고 있는 점
입니다. 저나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동생들이 바쁘기도 하지만 부모님을 대하는 것이 형
식적이고 가능하면 우리들끼리 이야기하고 지낼 때가 많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에
이것이 옳은 일이 아니라고 보지만 이상하게도 물에 기름 돌 듯이 우리끼리 움직입니다.
아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머니와 새어머니를 구별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하
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써 옳은 일이 아닌 줄 알고 있으며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대로 되지 않습니다. 새어머니에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 장성한 자녀들이 있는 가정에
재혼하셨으니 힘든 일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큰 부자도 아닌 집이고, 자녀들도 살뜰하게
대하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저는 의무감에서라도 부모님을 사랑하고 친밀해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장남인 제가 바로 처신
해야 동생들도 따라 할 것이기에 저의 책임이 막중합니다.
▶답변
김군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하여 위로를 보내며 또 그렇게 가족과 가까이 하려는 자세
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김군의 새어머니가 오신 후 외면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내면적으로 정의 교류가 없는 문제는 너무 나쁘게만 볼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 현상입니다. 우리의 현실에서 나를 낳고 키워준 어머니와 새어머니가 어떻게
같을 수 있습니까? 그러나 김군의 새어머니는 신앙으로 살려고 하시고 김군의 형제를 사랑하
려고 노력하신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질문에서 '의무적으로라도
친밀하기를 원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기 전에 의무적으로라도 사랑 실천을
노력하겠다는 자세가 매우 대견스럽습니다.
김군이 고민하고 있는 친밀감 문제를 몇 가지 측면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친밀감을 발달시켜야 합니다. 친밀한 관계는 지적, 정서적, 신체적으로 몰입한 사랑과
상호 헌신으로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가족의 친밀감은 긴밀하고 친숙하며 애정적 관계와 친근한
개인적 관계 그리고 깊은 이해와 직결됩니다. 이러한 관계는 친밀함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인간관계에서 애정과 관심에 대한 의미를 전달해 주는 커뮤니
케이션을 관계표현수단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가족 사이에도 친밀한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애
정을 표현해야 합니다.
가족의 친밀함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인정하는 행동은 상대방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인
정을 통하여 타인의 존재에 가치를 부여하게 되고, 받는 사람은 이것을 보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대화'입니다. 대화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중요한 자발적 반응입니다.
서로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여기서 상대방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친밀감을 증진시키는 다른 하나의 방안은 '자기노출' 또는 '자기개방입니다.
새어머니와의 관계가 의무적 관계에서 출발하여 애정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는 서먹하고 가까이 지내면 죽은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애
정적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스스로 벽을 쌓고 경계하는 일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김군이 말한것처럼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이웃을 사랑하기전에 가족을 사랑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버지의 반려자인 새어머니를 인정하고 수용하며 자기개방을 통하여 서로를 아끼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상의 생활에서 새어머니를 인정하고 수용하며 애정을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으로 인하여 동생들도 따라 하게되고 어머니도 김군의 노력을 수용하여 당신
의 존재 의미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가족의 친밀감이란 혈연관계를 통하여 더욱 깊어지지만 김군과 새어머니의 관계는 혈연을 뛰어넘
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더욱 승화되어야 할 오묘한 축복의 관계입니다.
김군의 자세를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새어머니도 감사할 것입니다. 이것을 잘 감당하여 하나님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정숙 교수의 상담사례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