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내 기억 창고 안에 있는 것들..
이문숙상담사
2013. 5. 1. 02:04
내 기억 창고 안에 있는 것들...
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학교 들어가기 전인 것 같다.
막내 외삼촌은 멋있는 해군이었다. 우리 자매들은 외삼촌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두려운 존재였다.
엄마가 ‘외삼촌 온다!’ 하면 우리 딸들은 모두 긴장했고 목에
있는 때를 밀고 손톱을 자르고, 발 때를 닦고....
영락없이 삼촌은 우리를 일렬로 세워놓고 손에서 발, 목까지
찬찬히 검사를 한다.
그때는 정말로 삼촌이 호랑이처럼 무서웠다. 쬐그만 세 여자
아이가 두려워 기가 질린 표정으로 삼촌앞에 서서 검사를 받는다.
그러다 손등이나 손바닥을 회초리로 맞기도 한다.
그런데 어릴 때 느꼈던 감정이 어른이 돼서도 그 잔재가 남아 있어
삼촌이 무서웠다. 이빨 빠진 호랑이 같은, 70세를 바라보는 노인인데도..
자녀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보니,
나는 어릴적 내가 입었던 상처를 아이들은 절대로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우리 아이에게 그렇게 무섭게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나는 분명히 나서서 막았을 것이다.
이제는 삼촌을 무서워 하는 마음보다 ‘왜 그렇게 우리들에게 무섭게
했을까? 좀 더 다정다감하게 칭찬하고 격려했더라면....하는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