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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입학시험 에세이 "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 나의 아버지" 로 제출했던 글이다.

이문숙상담사 2012. 8. 30. 17:21

지금은 고인이 되신 강영우박사의 아들 강진석박사(의학박사, 듀크대학교 안과전문의)가

하버드대 입하시험 에세이로 제출했던 글이다.

 

내 방은 커다란 공사장의 축소판이었다. 레고로 만든 건축물들과, 조그만 자동차들, 그리고

색칠공부 책들 옆에 우뚝 서 있는 커다란 탑들, 바빴던 하루를 마치고, 어질러져 있는 장난감

들을 피해 침대에 누워 아버지가 "이제 자야지." 라며 불을 꺼주시면 나의 하루는 마감이 되는

것이었다. 나는 다섯 살 고사리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어둠 속의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다. 밤

의 침묵이 나를 감싸기 시작하면, 언제나와 변함없이 부드러운 손길로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나를 반기곤 했다. 자리를 잡고, 세사미 스트리트sesame street 이불로 나의 작은 몸을 포근

히 감싸고 나면,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최면사의 기법을 닮은 아버지의 책 읽는 음성이 나를

사로잡았다. 아버지의 부드러운 음성은 나를 유치원에서 미지의 세계로 이끌어갔고, 그 이야기

들 속에서 나는 거북이, 토끼와 경주를 하고, 선한 사마리아인을 만나며 자유로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그저 간간히 들려오는 아버지의 책장 넘기는 소리가 방해가 될 뿐이었다. 상상의

세계에서 여행을 하던 나는 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잠이 들어 버렸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뜨

면, 오늘은 이야기를 끝내겠다는 기대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내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쳐주던 아버지의 마술책을 열어 보았다. 내 상상의 뿌

리인 그 책에는 그림도, 글자도 없이 올록볼록하게 튀어나와 점들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점자 페이지

위에 나의 작은 손을 얹어 놓고 이리저리 더듬어 보며 "아버지는 어떻게 이것을 읽으실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어린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나는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는데, 그

때까지 나는 아버지가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아버지가

앞을 보지 못해서 내가 잃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매일 밤, 아버지는 이야기들로

나를 당신의 세계로,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주셨다. 아버지와 나, 그리고 나의 상상의 세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내 어린 시절의 동반자였다.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육안이 없이도 볼 수 있는 세상을 보여주신 맹인 아버지를 가진 게 얼

마나 다행한 일인가를 깨닫게 된다. 세월이 지나 나도 자랐고 많은 것이 변했지만, 늘 번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아버지가 잠자리에서 읽어 주신 이야기들이 나에게 미친 영향이다. 아버지의 이야기들로 나는

뛰어난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지고 독창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고, 미래를 향한 비전이 선명해졌다. 또

한 가지 앚을 수 없는 교훈은, 인간의 가치는 보이는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과, 지극히

평범한 환경에서,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로부터도 인생의 귀중한 진리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외모로 보면 장애인이다. 그러나 나에게 아버지는 내가 아는 세상 어떤 사람들보다도 능력

과 재능을 갖추신 분이다. 아버지는 당신의 장애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고귀한 교훈을 깨우

쳐 주셨다. 아버지로 인해 나는 세상을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도전하게 되었고, 누구나 나의 스승이 될 수 있

다는 배움의 자세로 삶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나는 아버지처럼 어둠 속에서 책을 읽을 수는 없지만, 아

버지가 당신의 실명을 통해 나에게 주신 것은, 그리고 주실 것은 미래를 바라보고 정진할 수 있는 비전과, 상

상의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는 자유로움과, 인생을 풍족한 기회의 터로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주신 것이다.

 

 

 

              - 3C 혁명   인재는 타고나지 않고 길러진다  강영우박사지음-